분당・일산 신도시 소형주택 가치는?

2017. 08. 22   11:10 조회수 5,127


소형 아파트에 대한 투자자,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핵가족화 등의 인구 구조적인 원인에 소형 아파트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실제로 면적별 가격변화나 분양시장에서의 소형 아파트는 중대형에 비해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중대형 주택에 비해 소형은 임차인을 구하기 쉬워 노후 대비용 임대상품으로 구입하려는 수요층도 꽤 된다.

 

특히 분당・일산・평촌 1기 신도시 소형 아파트는 기존 도로・공원 등의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교통여건이 좋아 관심을 가질 만 하다. 반면 대부분 20~30년 된 아파트로 시간이 지날수록 노후화 될 것이라는 측면은 부담이다.

 

그렇다면 신축 주택에 비해 고층이고 오래된 아파트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신축 주택에 비해 고층이고 오래된 아파트의 가치는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신축 주택(아파트)에 비해 낮은 가격과 생활여건은 매력적이지만 미래가치는 크지 않다고 본다. 자산 가격은 현재의 모습보다는 장래의 모습으로 가격이 매겨지는 경향이 있는데 고층 아파트의 미래가치는 리모델링 사업성에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리모델링을 통해 30%가 증축된다고 해서 아파트 구조에 마법을 부리는 것은 아니다. 성형기술이 아무리 발달했다고 하더라도 원판을 거스를 수는 없듯, 리모델링에서도 전용 60㎡ 이하의 소형아파트는 리모델링에 큰 기대를 할 수는 없다.

 

 

 

소형아파트, 리모델링한다고 중형 되지 않는다?

 

1기 신도시 지역 대부분의 아파트 구조는 벽식이다. 이곳은 내력벽을 뚫지 않는 한 요즘 유행하는 3베이 또는 4베이 구조가 나올 수 없다. 하지만 최근 설계기술의 발달로 내력벽 일부를 헐고 옆으로 넓히는 공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 구조 문제 때문에 큰 효용을 얻기는 어렵다. 즉 소형아파트는 리모델링해봐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소형아파트 소유자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소형이 리모델링한다고 중형 되지 않는다. 다만 이상하게 생긴 아파트만 만들어질 뿐이다. 정부가 이 점에 대해서는 대안을 내놔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

 

압구정동 ‘대림 아크로빌’이라는 아파트를 사례를 살펴보자. 2000년 경 부동산이 살아나기 전에 분양가 2000만 원을 넘었던 최초의 아파트로 일간지 부동산란의 1면 톱을 장식했던 아파트가 바로 ‘대림 아크로빌’이다. 총 84세대 규모로 한 개동이지만 압구정동에 위치한 고급아파트라는 이미지로 분양은 대성공이었다.

 

이 아파트가 리모델링아파트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리모델링 전 아파트 명칭은 ‘현대아파트 65동’으로 현대건설이 840가구 규모의 기숙사용으로 만든 아파트를 대림산업(당시 시행자는 신호공영과 현대리모델링이었다)에서 사들여 10가구를 한 세대로 만드는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가 라멘구조였다. 라멘구조는 수평통합이나 수직통합이 가능하기 때문에 10가구를 하나의 세대로 만들어 고급 아파트로 탈바꿈하는 것이 가능하다.

 

소형 아파트는 모두 벽식구조가 많다. 앞서 말했지만 벽식은 세대통합이 어려우며 변형도 쉽지 않다. 최근에 설계사들이 벽식구조를 통합하기 위한 설계를 제시하고는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편법으로 치부되고 있어 일반화되기 어렵다.

 

수평통합이 안되는 벽식은 리모델링해봐야 정사각형의 반듯한 아파트가 되지 않고 길쭉한 형태의 집이 만들어진다. 생각해 보라! 옆으로 증축하지 못하면 30%를 어디로 증축해 맞추겠는가. 바로 앞쪽 베란다와 뒤쪽 복도를 트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파트 내부는 길쭉해 진다.

 

아파트의 좋은 점 중 하나는 모든 곳에 빛이 들어 어둡지 않다는데 있다. 다세대나 다가구에 살다가 아파트로 이사하면 좋은 점 중 하나가 낮에 전등을 켜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그런데 리모델링을 함으로 인해 오히려 주거환경만 악화시키는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길쭉해지면 중간에 빛이 들지 않는 먹방, 즉 어두운 공간이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주거가치는 더 낮아질 수 있고 시공사에서도 리모델링을 해놨지만 향후 이 부분 때문에 자사 브랜드에 해가 될 수 있어 소형아파트는 리모델링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그러면 소형아파트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애석하지만 현재로서는 대안이 없다. 기술적으로는 설계사나 구조기술사들이 어느 정도 대안을 내놓고 있지만 법적으로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설계사들이 대안으로 내놓는 것은 벽식구조인 내력벽을 철거하지 않고 일부에 사람이 문으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의 통로를 만드는 것이다. 어차피 벽은 있어야 하고 출입구만 있으면 그곳으로 드나들 수 있어 세대내 통합이 가능하다. 즉, 이런 식으로 한 층에 20세대가 산다면 2세대씩 통합해 10세대만 만들면 60㎡의 소형아파트가 120㎡이상의 대형아파트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것이 건설사와 설계사들의 말이다.

 

이런 부분을 국토교통부 담당자들은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것을 법제화시키기란 위험부담이 따른다.

 

우선 내력벽을 부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를 훼손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현행 주택법에서 정하는 리모델링은 기둥이나 내력벽을 전혀 손대지 않고 공사를 해야 리모델링이 된다. 내력벽을 훼손하는 것은 재건축에서나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설령 가능하다고 해도 안전상의 책임을 누가 지느냐에 있다. 정부가 이 부분을 허락하지 않으면 정부의 책임이 아니지만 일단 허락하게 되면 자칫 발생할 수 있는 구조상의 문제에 대한 모든 화살을 정부가 맞아야 한다. 또한 일부만 철거하게 돼 있는 부분에서 관리감독을 어떻게 할 것인가도 문제의 초점으로 떠오른다. 이러한 여러 가지 현실상의 문제로 정부는 망설이고 있다.

 

두 번째 문제는 정부가 인정한다고 해도 20세대 중 10세대는 팔고 나가야 하는데 누가 팔고 누가 남을 것인가가 문제로 남는다. 파는 사람은 비싸게 팔려할 것이고 남는 사람은 싸게 살려고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부분에서 법에도 정하지 않은 사항인데 강제로 10세대를 내보낸다는 것은 불가항력이다. 요구하는 돈을 모두 주지 않고서는 말이다.

 

이런 문제로 소형아파트의 리모델링은 순탄한 사업을 하기란 정책이 바뀌어도 어렵다. 여기의 유일한 대안은 재건축하는 수밖에 없다. 200만호 건설 붐에 편승해 정부가 벽식구조건립을 부추겨놓고 이제 와서 방치한다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따라서 소형아파트가 밀집해 주거환경 개선이 어려운 아파트는 과감히 재건축으로 돌파구를 찾아줘야 할 것이다.

 

이 부분이 지금은 방치되고 한 사람의 작은 목소리기 때문에 정부가 들어야 할 아무런 책임도 없지만 향후 10년 내에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소형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단지는 주거환경을 개선할 방안이 없다. 그저 벽면 페인트칠하고 일부 유지 보수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그러나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전기시설 노후화, 상하수도 배관 노후화가 급속도로 진행된다. 그 때는 이곳에 사는 주민들이 한 목소리로 “방법을 강구해 달라”고 외치게 된다. 이 때는 정부도 방치할 수 없다. 반드시 개선방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그 방안이 재건축 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이미 아파트 내로 유입되는 상수도 배관은 뻘건 녹물이 나올 정도로 노후화가 진행됐다. 서울시가 아무리 수돗물 깨끗하다고 ‘아리 아리 아리수’라고 외쳐도 들어오는 배관이 낡아 녹물이 나오는 데는 방법이 없다. 국민의 건강을 해치는 이러한 환경을 하루속히 개선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선행이라고 본다.

 

정부는 하루 속히 실태조사를 실시해 이러한 주거개선 방안이 없는 곳은 다른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법적인 개방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 리얼투데이 김광석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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