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 원래 취지가 무엇인지 기억해야 한다

2018. 07. 16   09:00 조회수 4,889

  

최근 임대주택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10년 공공임대아파트의 분양전환가격을 둘러싼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10년 임대주택의 분양 전환이 올해부터 본격화된다. 당초 문재인 정부가 10년 공공임대주택의 분양전환가 산정 방식 개선을 공약 사항으로 내걸었지만 아직 구체적인 해결방안이 나오지 않아 임차인들의 불만이 커지는 상황이다.

 

임차인들의 불만은 집단행동으로 이어지면서 10년 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를 만들어 청와대 앞 1인 시위는 물론 광화문 10만 촛불집회를 진행 중이다. 성남판교의 분양전환이 어떻게 결정되는 지에 따라 이후 다른 임대주택의 분양가 산정방식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실 이 문제는 하루 이틀 지속된 문제는 아니다.

 

분양전환가에 대한 이슈는 이미 예견됐던 상황이지만 어느 한쪽의 의견으로 정할 수 없는 정부가 계속 결정을 미루면서 시한폭탄처럼 떠안고 있다가 결국 터지기 일보직전인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가장 중요한 쟁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임차인들의 입장에서는 현행 10년 공공임대아파트의 분양전환가격이 '감정평가금액 이하'로 책정한다고 명시되어 주변시세의 95% 정도로 실제 너무 높다는 것이다. 5년 임대아파트의 분양전환가는 건설원가와 감정평가금액의 평균금액으로 산정해 통상 시세의 70% 수준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차이가 많이 난다.

 

반면 건설업계에서는 이전에 계약 시 충분한 설명을 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식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건설원가와 감정평가액의 평균 금액으로 분양전환가를 책정하는 5년 공공임대주택과 동일하게 개선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2016년 6월 법안이 발의되고 작년 4월 문재인 대통령 대선공약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또 지난 4월에는 분양가상한제에 준하게 개선하는 법안도 발의되어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법안통과를 반대하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서민인 기존 입주자로서는 오를 대로 올라버린 높은 분양가를 감당하기가 힘들다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분양전환가를 낮추면 공공임대아파트가 특정계층에 이익을 가져다 주고 이를 전매할 경우 또 다른 '로또아파트'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자. 이제 문제를 해결해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성남판교의 사례가 선례로 남지 않도록 결정을 해야 할 때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옳은 것일까?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답은 간단하다고 본다.

 

10년 공공임대의 경우 집 없는 서민을 위한다는 취지에서 도입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반면 현행 제도는 서민들이 아닌 건설사업자에게 유리하도록 되어 있다. 공공택지를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고, 건설비용의 경우 임차인에게 보증금으로 받거나 국민주택기금을 빌릴 수 있게 했다. 물론 그 주택기금에서 대출받은 이자와, 감가상각비 등도 임차인에게 수십만원에서 100만 원이 넘는 월 임대료를 받아 충당이 가능하다. 특히, 건설사업자들은 10년 후 시세가 높을 때, 감정평가금액으로 분양 전환할 수 있고, 시세급등으로 분양전환을 못 받는 임차인들을 소송으로 쫓아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보면 지금 10년 공공임대주택 제도에 손질이 필요하다는 것이 자명해진다.

 

공공택지도 국민의 땅이고 공공재이다. 공공택지는 각종 제도에서 소외받아 온 사회적 약자들에게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시켜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에 법에서도 ‘우선분양전환권’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공공택지가 건설사 이윤추구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10년 전 전용 84㎡ 기준으로 3억원대 중반~4억원 수준이었던 판교 아파트값은 올해 1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급등했다. 올해 12월 임대 10년을 채우지만 일부 조기분양에 나섰던 판교 D아파트 전용 84㎡는 지난 2월 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10년 동안 임대보증금 이자는 물론 월 임대료를 내면서 살아온 서민들이 3~4배 올라버린 집값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다. 이제 길거리로 내쫓기게 될 일만 남은 셈이다.

 

지난 5월 1차 촛불집회에 이어 7월 7일 2차 광화문에서 촛불집회가 이어진다. 서민의 입장에서 시세차익을 거두겠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살던 곳에서 마음 편히 살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해달라는 것이다.

 

무주택자 신분으로 10년 넘게 청약저축통장을 매월 납입하고, 또다시 10년간 임대주택에 거주하면서, 평생에 한 번 20평대 아파트 하나 장만해보려는 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작성 : 리얼투데이 최신영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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