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집값이 오르다?

2018. 08. 30   09:00 작성자 장재현 조회수 5,962

부동산에 관심이 높은 사람들이라면, 최근 서울 강남권 집값이 올랐다는 뉴스를 봤던 기억이 떠오를 것이다. 필자 역시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도 강남권 집값이 상승한 이유에 대해 살펴보느라 여기저기 자료를 찾던 기억이 난다.

 

실제로, 서울 동남권 이른바 강남4구의 매매가 오름폭이 기세등등하다. 지난 24일 한국감정원은 서울 동남권이 전주 대비 0.47% 상승하며 권역별 기준으로 보았을 때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한 주 동안 서울 강동구 아파트값은 0.66%, 송파구는 0.46%, 강남구는 0.45%, 서초구는 0.37% 등 가파르게 상승해 오름폭이 전주 대비 2배 이상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이 풍부한 개발호재와 장기적으로 호재에 둘러싸여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다만, 아파트값이 오른 것이 거래가 증가하면서, 호가가 오른 것인지 다른 이유인지는 살펴봐야 한다.

 

우선, 송파구의 아파트값이 0.46%가 올랐다고 하면, 실제 아파트값은 얼마나 오른 것일까? 송파구 잠실동에 전용 84㎡가 16억 원 선이라고 하면, 한 주에 73만원이 오른 것이다. 73만원의 가격상승이 이뤄진 것은 고가주택이 밀집한 강남권 주택시장에서는 올랐다고 할 수 있을까? 엄밀히 말하자면 16억원이나 호가하는 아파트의 가격이 올랐다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국토교통부 아파트 거래량을 살펴보더라도, 서울 강남권에서 2/4분기 아파트 거래량은 총 370건으로, 지난해 4/4분기 4,668건인 것과 비교하면, 올해 2/4분기 12배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아파트값이 오른 것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

 

 

입주물량이 늘어나 아파트값이 올랐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송파구는 지난 6월 818가구가 입주를 시작했다. 이 아파트에 대한 시세가 반영되면서, 아파트값은 오르지 않았음에도 통계상으로는 아파트값이 오른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호가가 1억 원인 아파트 100가구가 있는 A지역에서, 호가가 1억5000만원인 새아파트 50가구 추가로 지어졌다. 1억 원인 아파트 100가구가 있을 때, A지역에 평균 매매값은 1억원이다. 하지만 1억5000만원인 아파트 50가구가 추가 됐을 때, A지역의 평균 아파트 매매값은 1억1,667만원선이 된다.

 

상황에 따라 셈법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이런 경우 아파트값이 오른 것이 아니라 입주물량에 의해 통계적으로만 아파트값이 상승한 경우가 되는 것이다. 

 

일반 수요자들은 이런 통계적 데이터에 대해 분석하는 것이 쉽지 않다. 주간 아파트값 동향이 오른다고 하니, 아파트값이 다시 오르나 보다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이 워낙 큰 금액을 투자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은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특히 주택시장이 불황일 때는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참여정부 이후 입주물량이 늘어난 상황에서 몇몇 신도시와 주요 지역에서 아파트값이 오르다 떨어지는 경우들이 많았다. 고가아파트가 몰려 있는 서울 강남권 역시 지난 2009년 고점을 회복하기까지 5년이란 긴 시간이 걸렸을 정도다.

 

현재도 정부가 참여정부 때보다 더 강력한 규제로 시장을 옥죄고 있는 상황에서, 아파트값은 오르기보단 보합이나 약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실수요층들은 기관에서 발표되는 통계를 맹신하기보다는 현장 상황을 발품 팔아 다녀보면서, 직접 체득하고 보는 것이 불황기 내 집 마련을 잘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Editor 장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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