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평균으로 산다는 것

2018. 10. 10   09:00 작성자 한아름 조회수 6,879


 

우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평균을 중심으로 살아가고 있다. 몸무게나 키, 취업시기, 결혼시기, 사는 집 등 어떻게든 평균 범위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한다. 평균 범위에 들면 안심이 되고, 평균보다 멀어지면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20~30대 가구주가 서울에 위치한 평균 가격의 아파트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15년 동안 꼬박 한 푼도 쓰지 않고 돈을 모아야 한다는 기사였다.

 

 

이를 뒤받침 하는 통계는 이러하다. 올해 2분기 39세 이하 가구주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세금과 사회보험금, 이자 등을 빼고 가계가 실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소득)은 361만5000원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아파트 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정 가운데 있는 가격)인 6억6403만4000원에서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을 나누면 15.3년 이란 계산이 나온다.

 

통계청이 발표한 월평균 처분가능소득보다 낮은(!) 필자가 서울에 위치한 평균 아파트를 사려면 100원 하나 안 쓰고 적어도 16년 이상은 돈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이는 평균에 속하려는 보통 사람들이 느껴야 하는 첫 번째 좌절감이다.

 

 

필자는 자녀가 없는 결혼 3년 차 신혼부부다.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평균적인 신혼부부의 모습이라 생각한다.

 

지난 5월 시행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따라, 신혼부부 특별공급 비율이 당초보다 2배 늘어났다. 신혼부부에게 할당된 공급 물량이 늘어난 만큼, 당첨 기회도 많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자격 요건이 낮아지면서 해당되는 신혼부부가 늘어나고 현장 접수에서 인터넷 청약으로 바뀌면서 청약 경쟁률은 더욱 치열해졌다. 실제 지난 8월 청약한 ‘동탄역 유림 노르웨이숲’의 신혼부부 특별공급 경쟁률은 평균 41.5대 1에 달했다.

 

이렇게 경쟁이 치열할 경우, 자녀 유무에 따라 1순위와 2순위가 결정된다. 즉, 미성년 자녀가 많은 신혼부부가 당첨될 확률이 높은 것이다. 아직 자녀가 없는 결혼 3년 차의 ‘평균 신혼부부’인 필자가 당첨될 확률은 또 한번 희박해졌다.

 

 

혼인기간 7년 이내인 무주택자나 결혼을 준비 중인 평균 소득 120%(월600만원), 맞벌이 130%(월650만원), 순자산 2억5,000만원 이하인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공급하는 신혼희망타운은 어떨까?

 

12월 분양하는 위례 신혼희망타운 분양가는 전용 46㎡ 기준 3억9700만원, 전용 55㎡ 4억6000만원 정도다. 전용 55㎡를 분양 받는다고 가정 할 때, 초기 1억4000만원을 부담하고 30년 상환 계획으로 월 110만원씩 내야 한다. 20년 상환이라면 월 부담금은 160만원까지 늘어난다.

 

신혼희망타운은 혼인 2년 이내인 부부나 예비부부에게 전체 물량의 30%를 우선 공급한다고 한다.

 

이제 막 결혼한 신혼부부(어쩌면 아직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할 수도 있는)가 월 600만원 소득에서 한달에 160만원씩 집 값을 갚은 후, 남은 금액에서 생활비와 보육비, 교육비까지 충당하고 향후 이사를 대비해 저축까지 하는 것이 정말 ‘평균’ 신혼부부의 삶인 것인지. 숨이 막히는 평균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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