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8학군 아이들…과연 행복할까?

2018. 11. 08   09:00 작성자 타이포그라피 조회수 6,201


최근 강남8학군과 관련된 내용의 기사로 여론이 들썩이고 있다.

 

첫째는 강남의 한 여고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쌍둥이 자녀와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가 시험지 문제를 유출해 자녀들의 성적을 상승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어느 지역보다 교육열이 높은 강남 명문학교에서 벌어진 사건인만큼 언론에서도 크게 다루고 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이를 비판하는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며 사회적 논란이 커지고 있으며 여전히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장식하고 있다. 쌍둥이 딸의 학업 성적이 급격히 상승하며 의혹은 불거진 상황. 재학생의 학부모들이 진상을 규명하고 처벌하라는 시위가 이어지기도 했다. 쌍둥이의 휴대전화를 복원한 결과 시험문제 정답만을 메모해 둔 사실이 드러나 시험지 유출 혐의는 더욱 짙어진 상태다.

 


둘째는 고위 공직자 후보 자녀의 위장전입 의혹이다.

 

한 공직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 문제 등을 둘러싸고 임명 여부에 대한 여야 간 이견이 대립되고 있다.

자녀를 명문 학교에 진학시키거나 청약에 유리한 점수를 받기 위해 위장전입을 시도하는 사례가 일반인이나 공직자들을 막론하고 공공연하게 발생하면서 특히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고위공직자의 경우 임명 검증항목에서 위장전입 여부를 반드시 점검하고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대선 후보 시절 위장전입 등 비리 관련자를 고위 공직에서 배제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도 한 공직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 문제 등을 둘러싸고 임명 여부에 대한 여야 간 이견이 팽행하다.

 


교육은 금수저를 대물림하는 하나의 방편으로 여겨지는 예민한 사안인 만큼 최근 벌어진 두 개의 사건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고위공직자 후보 자녀의 강남 위장전입은 해당 지역에 거주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녀를 좋은 환경 속에서 교육받고 싶게 하려고 허위신고를 한 불법행위다. 또 교사의 시험지 유출 의혹 사건은 막상 자녀를 우수한 교육 환경에 진입시켰음에도 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부모가 정상적이지 못한 방법을 시도한(것으로 의심되는) 셈이다. 일의 발단은 자녀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마음이었겠지만 과정은 법과 윤리적인 잣대에 어긋나는 행동이었고 그 결과 사회적 비난을 면키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교육열이 매우 강한 우리나라의 특성상 양질의 교육 환경이 갖춰진 지역의 주택은 인기가 높다. 명문 학군이 집값을 결정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우수 학군 인근 주택 값은 그러지 않은 곳과 비교 시 큰 차이가 난다. 때문에 새 아파트 분양 시 수요자들의 시선을 끄는 방법으로 ‘명문학군’을 홍보전략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강남8학군이 아니더라도 교육 환경이 우수한 지역의 아파트는 ‘OO의 강남’, ‘대치동 학원 유치’ 등을 내세운 글을 종종 볼 수 있다. 교육환경 이외의 요인도 주택 값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지만 집값과 학군과의 상관관계가 사실상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만큼 이를 강조하는 홍보 전략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강남 지역에 새 아파트가 들어서는 경우 ‘강남8학군’은 지나칠 정도로 강조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강남에서도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청담, 압구정 등 북쪽은 재력 비중이 높은 지역을 ‘테북’ 재력보다는 교육열이 높은 도곡, 대치동을 ‘테남’으로 좀더 세분화해 구분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강남 안에서도 세세한 기준으로 계층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학원은 대치동으로 보내겠다는 잠실 학부모, 그러나 대치동 아이들의 텃새로 잠실에서 대치동으로 학원 원정을 떠나는 아이들이 힘들어 한다는 풍문도 들었다.

 

교육과 부동산을 연계해 글을 써보려다 최근 이슈가 된 사건을 바라보며 문득 생각이 들었다.

 

강남 8학군 아이들은 과연 행복할까? 아직 학생인 쌍둥이 자매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몇 해 전 강남의 모 초등학교 1학년인 아이에게 들은 한 마디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영어도 잘하고 똑똑하고 집안도 좋으며 5개가 넘는 학원을 다니는 그 아이는 힘들어 죽겠다며, 죽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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