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필수조건은 근무시간이 아닌 직주근접 아닐까

2018. 12. 26   09:00 작성자 최신기사 조회수 6,673

 

워라밸이 뭐지? 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었다. 일만 죽어라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한국인들의 트렌드라고 여기고 살아 온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새 세월이 바뀌면서 워라밸은 사회에서 당연한 것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의 트렌드로 꼽힌 워라밸은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뜻으로 "Work and Life Balance"의 준말이다. 좋은 직장의 조건으로도 여겨지고 있는 워라밸은 알만한 사람만 아는 단어가 되고 있다.

 

워라밸 열풍이 불면서 정부에서는 지난 7월 1일부터 52시간으로 적용했다. 주당 법적 근로시간을 이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도록 근로기준법개정안을 통과시키고 운영에 들어간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에서 이런 제도가 정착되는 데 일부 시간이 걸리기도 하겠지만 일단 안정적인 운영을 시작하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셧다운제도를 도입해 일정시간 이상 근무하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도록 운영하기도 하고, 일부 기업은 선택적 근로시간제, 유연근무제 등을 도입해 제도의 연착륙을 지원하고 있다.

 

 

그럼 과연 근무시간이 줄어든다고, 퇴근을 일찍 한다고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할까?

 

재미있는 사실은 단순히 근무시간을 단축한다는 것만으로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사례를 보면 더욱 느껴지는 바가 크다. 논현역 인근에서 일하는 A 직원은 반포 1동에 거주하고 있다. 퇴근하고 지하철로 2정거장, 혹은 걸어서 15분 정도면 집에 도착할 수 있어 6시에 퇴근하면 집에서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할 수 있다. 반면 같은 회사에 다니는 B 직원은 같은 시간에 퇴근을 하더라도 집에 도착하면 8시가 훌쩍 넘어선다. 집이 시흥시 정왕동에 위치해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다시 도보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양주에 사는 다른 C 직원도 마찬가지다. 지하철로 이동하더라도 집이 있는 진접읍으로 마을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6시 칼퇴를 한다고 해도 8시 전에 집에 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 5월 발표한 국가교통조사자료를 살펴보면, 서울의 경우 평균 출퇴근 시간이 96.4분, 경기도 91.7분, 인천은 92분으로 수도권 평균 통근시간이 1시간 30분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시간을 따져서 이렇다는 것이지. 실제로 위 사례처럼 통근시간이 3~4시간 걸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워라밸을 누리기 위해서는 교통이 편리하거나 근무지와 가까운 곳에 거주해야 한다는 것이 필수적인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워라밸을 위해 근무시간을 줄인 정부가 출퇴근 시간 줄이기에는 상대적으로 노력을 하지 않는 듯하다.

최근 정부는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수도권 내 공공택지 30곳을 추가로 개발할 계획이다. 그린벨트 해제에 의한 주택공급이 이뤄질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고 한다. 개발제한구역이었던 그린벨트지역을 풀어 주택을 공급하면 서울 도심으로의 출퇴근 시간은 얼마나 걸리게 될 지 걱정이 앞서는 것은 비단 필자뿐일까?

 

이미 교통이 편리한 수도권 도심에서도 서울로의 출퇴근시간이 길어 워라밸이 어려운 현실인데, 그린벨트를 풀어서 주택을 짓고 교통 인프라가 조성되려면, 최소 10년 이상은 걸리지 않을까.

 

아직 정확한 지역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번 공급이 수요자들이 원하는 곳에 조성될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현재는 아닐지라도 다음 세대 직장인들의 워라밸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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