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영화 덕 본 수원통닭거리… 젠트리피케이션이 우려된다

2019. 02. 20   09:00 작성자 부뚱 조회수 6,643

 

 

최근 영화 극한직업100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하자, 수원에 위치한 통닭거리가 덩달아 들썩이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영화 속 주요 소재가수원왕갈비통닭인데다 정말 왕갈비통닭집이 있다는 소문이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퍼지면서 영화를 본 관람객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영화 개봉 이후 수원 통닭거리의 평균 유동인구는 이전 보다 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수원 통닭거리는 수원 팔달구 팔달로 100m 길이의 작은 골목을 말한다. 1970년부터 문을 연 가게부터 새로 생긴 가게까지 약 15곳 정도의 가게가 영업 중이다. 1000만 영화 덕에 이 작은 골목에 사람들이 모이고, 소비까지 늘었다니 이 얼마나 좋은 소식인가.

  

하지만 필자는 수원 통닭거리의 유명세가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질까 우려됐다. 여기에 대형 치킨 프렌차이즈까지 하나 둘씩 자리 잡게 된다면 이 골목 역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겪을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정체돼 있던 지역에 갑자기 사람들이 몰리면서 개발이 가속화되고, 그로 인해 땅값이 상승해 원래 거주하던 이들이 다른 지역으로 내몰리는 현상을 가리킨다.

 

젠트리피케이션의 기본 전개는 이러하다. 비교적 허름한 동네에 특색있는 가게들이 자리를 잡고, 상권을 형상하게 된다. 이 소규모 상권에 유동인구가 늘어나면 대형 프렌차이즈 기업들이 자리를 잡으려 한다. 자본력을 갖춘 프렌차이즈 기업들이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임대료를 높이며 시세를 주도하고, 결국 기존에 머물던 특색있던 가게들은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홍대와 성수동, 이태원, 가로수길 등에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불거지자, 국립국어원에서는 둥지내몰림이라는 단어로 새롭게 등록했다. 둥지내몰림이라니. 높아진 임대료에 쫓겨가는 임차인들의 처한 상황을 매우 잘 설명한 단어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최근 국토교통부까지 11년만에 최고치로 공시지가를 인상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의 확산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12일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는 전국 평균 9.42%, 서울 13.87%가 상승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전국 평균은 3.4%포인트, 서울은 2배 넘게 올랐다. 업계에서는 이번 공시지가 상승으로 건물주의 세부담이 50%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늘어난 세부담은 고스란히 임대료 상승으로 반영돼, 결과적으론 젠트리피케이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필자는 임대료 상승에 따른 임차인 퇴출에 주목하자는 것이 아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이 나타난다는 것은 이미 오랫동안 낙후되었던 지역이 새롭게 주목받고 활성화 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이면에 상권 활성화, 공실률 감소, 소비자 구매력 증가, 지방 재정 증대 등의 긍정적 요소가 있음을 기억하고 도시 경쟁력 확보의 차원에서 이 문제를 모두가 생각해봐야할 것이다.

 

수원 통닭거리가 수원시의 도시 경쟁력이 될 수 있도록, 오래 유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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