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착한 규제가 만들어낸 ‘로또 분양’, 시장의 힘을 믿어야…

2018. 04. 02   15:05 조회수 9,198

 

 

814만 5,060분의 1이라는 숫자를 체감할 수 있을까?



 

 

이 숫자는 욕조에서 넘어져 죽을 확률(80만 1,923분의 1) 보다 10배 더 희박하고, 벼락에 맞아 죽을 확률(428만 9,651분의 1) 보다 두 배 더 힘든 일이라고 하는 로또 1등 당첨 확률이다. 우리가 흔하게 사는 로또 한 장이 1등으로 당첨될 확률은 이렇게 낮다.

 

 

 

 

로또 당첨 확률이 너무 낮아서 엄두가 안 난다면 부동산 시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시장의 ‘로또 분양’을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로또 당첨 확률을 확연히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의 아파트들이 연이어 선보이면서 당첨만 되면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청약을 마친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경우, 1순위 청약(당해지역)은 1,246가구 모집에 3만1,423명이 몰려 25.22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당해지역이라는 한정된 기회이긴 하지만 814만 5,060분의 1이라는 로또 당첨보다 25.22분의 1이라는 숫자는 훨씬 해볼만 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이 단지의 모델하우스에 오픈 첫 날부터 구름 인파가 몰려들면서 대기줄이 이어진 것을 보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 외에도 ‘논현 아이파크’, ‘과천 위버필드’ 등도 같은 이유로 모델하우스에 각각 2만여명, 2만 6,000여명이 다녀가면서 높은 관심이 이어진 바 있다. 

 

 

 

 

이러한 로또 분양의 원인은 정부의 착한 분양가 통제 덕분(?)이다. 30가구 이상 분양하는 아파트의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 보증이 필수인데, HUG는 3.3㎡당 평균 분양가가 인근 아파트 평균 분양가 또는 매매가의 110%를 초과할 경우 보증을 거절하는 방식으로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다.

 

특히 서울 아파트값은 성큼 오르는데 분양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통제로 인해 시세 오름폭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국면에 들어간 2014년과 비교했을 때 시세와 분양가의 오름폭은 그 스케일 자체가 다르다.


한국감정원 시계열 자료에서 서울 아파트값은 3년 사이(2014년 12월 대비 2017년12월) 평균 15.34% 올랐다. 반면 분양가격 월간 동향 자료에서 서울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2014년 12월 3.3㎡당 2,023만원에서 2017년 12월 2,213만원으로 190만원 오르는데 그쳤다. 분양가격 지수로 환산할 때 2014년 대비 2017년 12월의 서울 분양가는 9.4% 올라 서울 시세 평균 상승률에도 다가서지 못한다. 

 

 

 

 

앞으로 나올 로또 분양 단지 어디? 

 

 

 

 

앞으로도 ‘로또 분양’이 연이어 대기중이어서 한동안 뜨거운 관심이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물산이 서초구 우성1차 아파트를 재건축한 ‘서초 우성래미안(가칭)’이 공급을 앞두고 있고, 삼성동 상아 2차 아파트, 서초구 반포동 삼호가든 3차 아파트, 서초동 무지개아파트, 개포 그랑자이 등 강남권 분양 단지들이 대거 분양을 앞두고 있다. 용산구 한남동 외인아파트 부지에 짓는 ‘나인원 한남’도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 책정될 전망이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착한 분양가 통제는 역설적으로 뜨거운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추세다. 그럼, 정부가 착한 분양가로 통제하지 않고 시장에 맡겼다면 어땠을까. ‘디에이치자이 개포’ 모델하우스에 새벽 6시부터 사람이 몰리며 무려 4만 3,000여명이 넘는 인파가 방문할 이유가 있었을까. 획일적인 잣대로 분양가를 낮추면서 청약 당첨자들에게 실제로 분양대금을 어떻게 조달했는지 확인하는 노력을 하는 것보다 시장의 흐름에 맞춰 높은 분양가를 인정해주는 방법은 어땠을까.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서 조율되어져야 한다. 시장에서 살 사람이 있다면 가격은 높아질 것이고, 살 사람이 없다면 가격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최근 분양한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경우도 일반 직장인 평균 월급(335만원)으로는 약 25년을 꼬박 모아도 중도금(약 10억원)도 채 되지 않는 상황이다. 굳이 가격을 낮추지 않아도 일반 직장인들에게는 ‘넘사벽’이라는 의미이다. 하물며 지난주 로또 1등에 당첨된 사람도 세제 후 당첨금으로는 ‘디에이치자이 개포’ 전용 103㎡를 구매하기에 금액이 부족하다. 어차피 내가 살 수 없는 집이라면, 시장에 맡겨 가격이 형성될 수 있도록 하고, 그에 따른 세금을 걷어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 건설에 보태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 될 수 있다.

 

* 작성: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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