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집줄께 새집다오’…’분양가규제’가 바꾼 부동산시장

2018. 07. 09   18:08 조회수 2,909

 

어릴 때 놀이기구가 많지 않던 시절, 모래사장에서 친구들과 모여 모래 집을 지으며 흥얼거리며 불렀던 ‘두꺼비노래’가 분양시장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두꺼비 노래의 일부 소절은 다음과 같다. 고달픈 서민들의 애절한 희망이나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없는 꿈이 가사소절에 녹아있다.
 

 
어린 시절, 허무맹랑하게 불렀던 이 노래는 현재 분양시장에 현실이 되어 돌아왔다. 기존 아파트가격으로 새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헌집 주고 새집으로 돌려 받는 형태나 다름 없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요지역에서는 이런 현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분양시장이 서민들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되므로 치열한 경쟁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지난 5월, 경기 하남 미사강변도시에 분양했던 ‘미사역 파라곤’은 1순위 청약 시 809가구 모집에 무려 8만4875명이 신청해 평균 104.9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아파트는 3.3㎡당 1430만원대로 분양가가 책정되면서 주변 시세 대비 최소 3억∼4억원가량 저렴해 ‘반값 아파트’로 불렸다. 

 

 

같은 날, 청약을 진행한 ‘평촌 어바인 퍼스트’도 1193가구 모집에 총 5만8690명이 접수해 평균 49.2대 1로 마감됐다. 이 아파트의 3.3㎡당 분양가가 평균 1720만원대로 지난 2016년에 입주한 ‘평촌 더샵 센트럴시티’ 시세(평균 2218만원, KB국민은행 부동산 기준)보다 29.0%가량 저렴했다. 


■ 서민들의 주거안정이 우선…고분양가관리지역, 분양가 규제 강화  

 

최근 신규 공급되는 아파트의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게 책정된 이유는 정부의 적극적 개입 때문이다.   

 

정부가 HUG(주택보증공사)의 분양보증 절차를 활용해 분양가 규제를 강화 하면서다. HUG는 지난 해부터 강남권을 비롯한 서울•과천 등을 고분양가 관리지역의 분양가를 집중적으로 규제했다. 

 

 
지난 4월 말부터는 ‘고분양가 관리지역’을 기존 강남4구와 과천시에서 투기과열지구 전체로 확대적용 하고 있다. 서울 전체 자치구(25곳)와 경기도 과천시, 성남시 분당구, 세종시, 부산시(해운대•남•수영•연제•동래구)와 대구 수성구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상태다.


HUG는 고분양가 관리지역을 대상으로 분양 현장인근에 1년이내 공급된 단지의 분양가를 초과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또, 주변에 분양 단지가 없는 경우 인근 평균 매매가에 110%를 초과하지 못하게 했다. 

 

■ 기입주 아파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예비청약자 유혹.  

 

정부가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 신규공급 되는 아파트들의 분양가 수준을 통제하기 시작하면서 분양시장에 주택수요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주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내 집을 장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에 분양한 서울 영등포구 신길뉴타운에 ‘신길파크자이’의 분양가가 3.3㎡당 1933만원 선에 책정됐었다. 1년 전 주변에서 분양했던 신길센트럴자이(3.3㎡당 2050만원)보다 저렴하다. 이 아파트의 전용 84㎡ 기준 총액은 평균 7억1000만원 정도다. 맞은편 아파트인 ‘래미안 에스티움’ 전용 84㎡가 최근 9억7000만원에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시세 차익이 2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같은 달, 삼성물산이 서울 강서구 신정뉴타운에서 분양했던 '래미안 목동아델리체'도 ‘로또’나 다름 없었다. 전용 84㎡형의 분양가는 8억7000만원 선에 책정됐다. 단지 주변에 위치한 '목동 힐스테이트(2016년 입주)' 전용 84㎡형의 실거래가격은 11억원 안팎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에 짓는 ‘꿈의숲 아이파크’도 기존 아파트보다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분양가가 책정됐다. HUG의 분양보증 승인 기준 3.3㎡당 평균 분양가가 1800만원 선(전용 84㎡ 기준 6억2000만원 수준)이다. 내년 9월 입주 예정인 ‘래미안장위퍼스트하이’ 전용면적 84㎡형의 분양권이 6억800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 받는 공공택지에도 분양가 규제의 힘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는 택지비와 건축비 등 원가를 고려해 분양 가격을 산정한 다음 그 이하 가격으로 분양하게 한 제도다. 과거처럼, 건설사들이 건설원가나 가산비를 부풀려 분양가를 높이는 꼼수도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분양을 앞둔 모든 공공택지 내 아파트들은 지자체의 분양가심의위원회의 더욱 까다로워진 심의를 받아야만 한다.  

 

경기도에서 올해 가장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동탄2신도시의 ‘동탄역 예미지 3차(106.8대 1)’와 하남미사강변도시의 ‘미사역 파라곤(104.9대 1)’ 모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 받았다. 

 

■ 주변 지역 신규공급 아파트도 분양가 인하 행렬에 동참?

 

 
이처럼, 투기과열지구 및 공공택지 내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되면서 주변지역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이나 성남(분당)•과천 등 수도권 주요지역 아파트가 착한 가격으로 공급되면서 용인이나 수원 등 인접지역에 분양되는 아파트들도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부, 건설사들은 수익 일부를 포기하고라서도 분양가를 낮추려고 하고 있다.  

 

두산건설에 따르면 용인시 동백동 일대에 최근 분양을 시작한 ‘신동백두산위브더제니스’도 기존에 생각했던 분양가 수준보다 조금 더 가격을 낮춰 분양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아파트 전용 84㎡형의 분양가는 최고 4억원 안팎에 책정됐다. 주변에 위치한 기입주아파트 ‘신동백 롯데캐슬 에코 1단지(2013년 입주)’ 전용 84㎡형의 평균시세가 4억500만원이다. 신규 공급되는 아파트의 분양가가 기입주 아파트보다 일반적으로 10~20% 가량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가격이다.  

 

지방의 상황도 수도권과 크게 다르지 않다. HDC현대산업개발에 따르면 충북 청주시 가경동 일대에 분양을 앞두고 있는 ‘청주 가경 아이파크 3단지’도 실속형 분양가로 고객을 맞이하기로 했다.  

 

한 분양관계자는 “정부의 주택정책에 발맞춰 서민들의 안락하고 편리한 주거생활을 제공하기 위해 저렴하면서도 실속이 꽉찬 아파트의 공급량을 더욱 늘려갈 계획이다” 면서 “지방은 수도권처럼 분양가규제가 심하지 않지만 (일부)건설사들이 자발적으로 가격거품을 제거하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 분양가 규제의 장•단점과 해결방안은? 

 

 
2014년 이후 분양시장이 오랜 기간 호황을 누리면서 분양가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특히, 청약열기가 뜨거운 강남권을 비롯해 경기 하남, 남양주, 성남, 과천 등은 해가 거듭될수록 쉬지 않고 올랐다. 세종이나 부산, 대구 등 지방의 상승세도 두드러졌다. 주택가격 상승으로 서민들의 안정적인 주거생활이 불가능해지자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시작됐다.


과거, 분양가상승은 부동산가격 순환고리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분양가격이 오르면 기존 아파트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새 아파트가 주택가격결정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기입주 아파트가격이 상승하면 주변에 신규 공급하는 아파트의 분양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새아파트 입장에서는 기입주 아파트와 가장 최근에 분양했던 아파트들이 가격비교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서울 및 수도권 주요지역 아파트가격은 한동안 상승곡선만을 그렸다. 분양가 규제가 이 악의 고리를 쉽고 빠르게 끊을 수 있다.

 

 
정부가 세금 인상 및 대출규제 강화 등의 규제로 분양시장을 진화시키려 했으나 효과가 신통치 않자 분양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분양가 상승세는 둔화됐고 실수요자들에게 더욱 많은 기회가 주어지게 됐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기존 부동산시장과 분양시장 간의 갭(GAP)이 커지면서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수요가 진입할 환경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이나 과천, 분당 등에서 견본주택을 개관하면 떳다방(이동식중개업소)이 단속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불법으로 청약통장을 양도하는 행위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이런 시장이 지속될 경우에는 부동산시장의 안정성은 파괴되고 만다.

 

 
분양가 규제가 심해질수록 원가를 낮춰야 하므로 공동주택 평준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더욱 우수한 자재를 사용하거나 차별화•특화된 시설을 마련하기 보다는 원가 절감에만 주안점을 두기 때문이다. 결국,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내 집을 장만할 수 있지만 선택 폭은 그만큼 좁아질 수 밖에 없다.


이 외에도 건설경기가 위축되고 주택공급도 줄면서 기존 부동산가격이 폭등하는 부작용도 불러올 수 있다.


정부가 섣부르게 부동산시장에 개입하면 시장경제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부동산시장의 안정성을 해하게 된다. 따라서, 정부는 현재 처한 상황 문제해결에만 급급해하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동산시장을 보는 안목이 필요해 보인다. 또,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화와 동시에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더욱 심도 있게 강구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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