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등 대기업 떠난 산업도시 경북 구미시…부동산시장 ‘몰락’의 끝은?

2018. 03. 02   16:21 조회수 11,710

 

 

* 칼럼 제공 : 와이낫플래닝 박용남 님

 

지방 시장조사를 오랜만에 가게 되었다. 더군다나 경북 구미는 처음. 부산행 기차로 지나치면서 공장이 많은 도시구나 하는 이미지 정도였다. KTX를 이용하면 편하겠지만, 대전시 시장조사도 할 겸 차를 가져가기로 했다.


서해안 고속도로에서 제천-평택 간 도로를 빠져 나와 다시 경부고속도로를 탔다. 11시30분경 검토사업장에 도착했고, 주변지역을 둘러본다. 구미 시내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경부고속도로와 경부철도를 중심으로 서측에 구도심이 형성되어 있으며, 동측으로 구미국가산업1단지가, 낙동강을 건너 2·3단지가 위치한다. 오피스텔 검토 사업부지는 “황상동”으로 국가산단 2단지의 배후 지역 상권에 위치하고 있다. 모텔 등 숙박시설 밀집지역이며, 중심상업시설과 원룸 촌이 혼재되어 있는 상권이다.

 

<구미국가산업단지, 출처: 경북일보>

 


 [대한민국 경제 이끈 산업메카 구미시 몰락]


공단 근로자를 주요고객으로 숙박업, 식음/판매, 유흥업 등이 성업을 이루고 있다. 특히, 타지에서 몰려든 공단 근로자들이 거주할 수 있는 원룸단지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기존 원룸 임대료는 보증금 100~300만원, 월세 15~25만원 내외로 임차인 구한다는 문구가 원룸 건물마다 죄다 붙어 있다. 그 만큼 공실이 많다는 증거다. 원룸이 남아돌다 보니깐 임대료 하락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임대수익률 저하와 높은 리스크로 원룸단지의 거래가 마비된 지 오래다.


상가들도 불황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가마다 한 집 건너 “점포 임대”, “임차인 구함” 이란 문구가 붙어 있다. 유난히 이런 문구가 많이 보여서 부동산중개소에 들러 이야기를 들어봤다.


내수경기 침체로 지역상권이 빠른 속도로 위축되면서 견디지 못한 상인들이 가게를 내놓고 있다는 것. 특히, 국가산단 내 수많은 공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지역상권을 움직이던 수많은 산단근로자들이 외부로 떠나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산단 주변 식당이나 마트, 숙박업소 등은 말그대로 고사위기다.

 


[대기업 떠난 자리 메우지 못하는 구미시, 실업률 경북 최고]

 


구미시는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 실업률이 각각 4.4%와 4.3%로 경북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구미시 지역경제를 지탱해온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해외로 떠나가면서 고용시장의 불안감은 확산되어만 갔다.  

 

 

 

 

삼성전자는 2008년 베트남 박닌성에 1공장, 2013년 베트남 타이응우옌성에 2공장을 짓고 휴대폰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의 연간 핸드폰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배트남 공장 2곳에서 생산하게 됐다.


LG전자도 2015년에 베트남 흥이옌 생산공장과 하이퐁 생산공장을 하이퐁 캠퍼스로 통합 이전했다. 또, 애플에 카메라모듈을 공급하는 LG이노텍도 지난해 9월부터 베트남 하이퐁에 생산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이뿐만 아니다. 2028년까지 80만㎡ 규모의 하이퐁 캠퍼스 내에 생산라인을 지속적으로 신설해 TV와 휴대폰•에어컨•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구미시 공장의 생산비중을 줄이고 있으며 경기도 파주시 공장의 생산량을 늘려가고 있다.


중소기업들도 구미국가산단을 반기는 눈치가 아니다. 46년의 역사를 지닌 구미국가산단이 심하게 노후화되면서 중소기업들마저 발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이전으로 지역경제 파탄 위기]


수출과 산업으로 성정한 구미시의 성장동력이 사라지면서 지역경제도 덩달아 무너지고 있다.  한국삼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구미국가산단 연간 누계 생산실적이 38조7173억원이었다. 이는 대기업 이탈이 본격화되기 직전인 2012년 11월 당시 생산실적은 67조4782억원에 달했다. 생산실적이 5년 새 거의 반토막 난 셈이다.


수출도 크게 줄었다. 2012년 11월 당시 수출액(연간 누계)이 279억9600만불에 달했다. 지난해 11월 수출액은 260억8100만불로 5년새 6.8% 줄었다. 2010년대 들어 구미국가산단이 가장 호황을 누렸던 해는 2013년(11월 기준)으로 수출액이 306억200만불에 달했었다.  

 

 

 

 

 [일자리 없는 구미시…부동산시장도 무너진다]


구미시 부동산시장은 2015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꺾이기 시작했다. 분양권이 1,000만원 이하까지 떨어진 매물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기존 아파트들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구미시 아파트의 시세는 3.3㎡당 518만원 선에 형성됐었으나 3분기 이후 급락을 거듭하며 올해 1분기 500만원 선(498만원)도 무너졌다.


수익형 임대상품(원룸건물, 오피스텔 등) 시장도 침체의 늪에 빠져있다. ○○○오피스텔은 공사가 한창이지만 분양률이 10%도 채우지 못했다. 또 다른 신규 오피스텔도 새주인을 찾지 못하면서 미분양물량이 쌓여만 가고 있다. 
오피스텔 공급자는 월세 50~60만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에 크게 못 미치면서 분양에 차질을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써는 월 40만원으로 세입자 구하기도 벅차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오피스텔이나 원룸 공실률이 최대 30% 수준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실상, 임대수익 창출을 기대하기 조차 힘든 수준이다.
 

 

 

 

[무너진 구미시 지역경제 회생가능성은 있나?]


한국산업단지공단은 노후도가 심각한 구미국가산업단지 1·2·3단지를 환경개선을 통해 제조 혁신 공간으로 재조성하기 위해 지난 2009년 시범단지로 지정해 구조고도화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산업단지공단과 구미시 주도로 9개 사업이 진행돼 2,400여억원이 투자됐다. 이 가운데 산학연 융합단지와 구미산학융합지구, 구미 근로자 기숙사, 산재예방시설 등 5개 사업은 완료된 상태다.


하지만, 사업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지난해 9월, 한국산업단지공단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4년까지 구미국가산업 1·2·3단지 1 707만㎡를 대상으로 구조고도화를 추진해 6만3000㎡를 개발했다. 면적으로만 보면 대상지의 0.37%에서만 구조고도화를 이룬 것이다. 아직 갈 길이 먼 셈이다. 또, 국가5산업단지의 개발도 지지부진하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모멘텀이 없는 만큼 부동산시장도 당분간 보합세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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