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사업 다시 미궁에 빠지나?

2017. 12. 20   11:58 조회수 13,603



과거, 서울 강남권 재건축시장에서 가장 기대감이 컸던 대치동 은마아파트. 이 아파트는 1979년 생의 노후 아파트로 오래 전부터 재건축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잇따라 실패했다.


강남권 최상의 입지를 자랑하는 이 아파트는 꾸준히 재건축사업을 추진해왔지만 우여곡절이 끊이지 않았다. 은마아파트는 2003년 재건축 추진 위원회가 설립되고 재건축 추진만 14년째다. 아직 재건축조합조차 설립되지 못한 상태다.

 

부동산전문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는 은마아파트의 재건축 현황에 대해 집중 조명해봤다.  

 


 

 

 

은마아파트 개요 및 현 상태 

 

 

 

은마아파트는 28개 동, 총 4424가구로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312번지 일대에 23만7900의 초대형부지에 자리잡고 있는 메머드급아파트다. 현재 강남구서 가장 큰 단지인 개포주공1단지(124개 동, 총 5040가구)에 이은 두번째로 큰 규모다.


대한민국 교육1번지이자 강남의 부촌 대치동 일대에 위치한 아파트지만 그 명성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단지 내부는 볼품 없다. 페인트칠이 벗겨진 것은 기본이고 균열된 콘크리트, 베란다 철창 부식돼 이음새가 절단된 가구들이 자주 눈에 뛴다. 40년 가량 흐른 노후아파트로 안전까지 문제되면서 입주민들의 불안감도 커져만 가고 있다. 입주민에 따르면 시설 및 설비 노후화로 인한 배관터짐 문제, 균열 콘크리트 파편 낙하사고, 도로 파손으로 인한 단지 내 교통 및 주차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재건축사업이 전전긍긍하고 있는 가운데 은마아파트의 안전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 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은마아파트는 투자용으로는 어느 정도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실거주 목적으로는 아파트를 매입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실제, 은마아파트의 등기부등본상 소유자의 실거주비율은 10%수준에 불과하다. 약 90% 가량이 임차인이 거주하고 있는 셈이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사업 추진 역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2003년부터 추진위를 구성하고 재건축사업을 추진해왔지만 아파트값만 치솟을 뿐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07년에는 세계금융위기로 부동산시장에 한파가 몰아치면서 재건축사업을 제대로 추진해보지도 못했다. 2010년, 생각치도 못했던 곳에서 암초를 만나고 만다. 서울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에는 은마아파트 단지 중간에 남북으로 관통하는 폭 15m 도시계획도로가 설정됐기 때문이다. 공익목적을 위해서는 도로신설이 반드시 필요했지만 조합원들에게는 굉장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도시계획도로는 버스를 포함한 모든 차량이 다닐 수 있는 길로 도시계획도로가 생기면 사실상 단지가 둘로 나눠지게 돼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조합원들이 반발했다. 결국, 재건축사업이 다시 한번 좌초되고 말았다.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오랜 기간 이어지면서 추진력을 상실했던 은마아파트가 박근혜정부 들어서 사업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강남 재건축사업의 발목을 잡았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사실상 폐지(유예)되면서다.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 사업으로 인한 개발이익(초과이익)이 발생할 경우 최고 50%를 정부가 걷어가는 제도다. 이 제도가 폐지되면서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세대당 수억원의 비용이 절감됐다. 당연히, 조합원의 수익이 증대되고 사업성도 높아지면서 은마아파트 재건축사업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하지만, 2014년에 서울시에서 또 다시 은마아파트 재건축사업에 발목을 잡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4년 '2030 서울플랜'을 만들면서 3종 일반주거지역 최고층수를 35층으로 못 박았기 때문이다. 사업성 저하 및 자산가치 하락을 이유로 49층을 고집하던 은마아파트 추진위와 서울시가 대립하면서 재건축사업은 미궁에 빠져들었다.  


2015년에 모처럼 은마아파트에도 희소식이 들려왔다. 서울시 도시계획위가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관통해 조성될 폭 15m의 도로 계획을 폐기하기로 하면서다. 이로 인해 한 개의 메머드급단지로 재건축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으며 사업성도 향상됐다.


지난 10월에는 서울시의 35층 층수규제에 대해 추진위가 두 손을 들었다. 49층을 포기하고 35층 재건축을 추진키로 하면서다. 서울시와 추진위는 2015년 말부터 5차례에 걸쳐 층수 조정을 위한 사전협의를 해왔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서울시는 도시계획인 ‘2030 서울플랜’에 근거해 35층 높이를 고수했고, 추진위도 49층 재건축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추진위가 지난 10월에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투표에서 ‘35층 재건축안’이 압도적(71%)으로 많았다. 반면, 기존 49층 재건축안을 선택한 조합원은 29%에 불과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사업 과연 성공할까?

 

 

 

은마아파트 재건축사업은 도시정비사업의 초기인 조합설립(준비)단계에 있다. 이제서야 조합설립을 위해 동의서를 징구할 수 있게 된 것. 조합도 설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르게 재건축사업의 성패를 예측하기는 다소 힘든 면이 있다.


다만, 전체적인 부동산시장 분위기와 추가분담금 문제만을 살펴봤을 때 재건축사업이 순탄치는 않아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추가분담금 문제다. 현재 부동산 업계에서는 49층을 포기한 만큼 추가분담금이 기존 계획 대비 최대 2배 가까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전용면적 76㎡을 갖고 있는 조합원이 재건축 후 전용면적 84㎡를 배정받을 경우 49층으로 재건축할 때는 2억원 정도일 추가분담금이 35층으로 하면 최대 3억~4억원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업시행인가 시점에 예상분양가와 권리가액이 나오면 조합원들의 불만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또, 내년 부활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로 인해 세금도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조합원들의 거센반발도 예상된다. 절차상 어려움도 있다. 이 아파트는 메머드급아파트로써 조합원들이 많은데다가 대다수 외부에 거주하므로 동의서 징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동의서(분양신청서)가 필요한 조합설립과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등을 득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대외여건도 좋지 못하다. 정부가 강남권을 부동산규제의 주요 타겟지역으로 규정하고 부동산규제를 강화해나가고 있어서다. 일단,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있어 전매가 불가능하며 대출규제도 훨씬 까다로워졌다. 또, 내년부터 서울시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아파트 입주물량이 쏟아져나오면서 분양시장도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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